정세주 눔 대표는 “시험 성적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이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막는 것 같아 아쉽다”며 “스펙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i.com

“수학능력시험을 본 다음날부터 지원할 수 있는 대학 서열에 따라 소고기 등급제처럼 학생들 급이 달라지더군요.

대학에 진학하니 소개팅에도 서열이 있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어요. 모 여대는 특정 대학 이하는 만나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또 취업하기 위해선 엄청나게 스펙을 쌓아야 합니다. 그런 사회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눔’을 창업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정세주(36) 대표는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토종 한국인이다. 대학 중퇴 후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시작해 세계 4,300만명이 사용하는 앱을 만들었지만 그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조금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내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직원들이 의아해 한다”며 웃었다.

정 대표가 구글 출신 엔지니어 아텀 페타코프와 2008년 회사를 차려 개발한 ‘눔 코치’는 이용자의 식단, 체중, 운동량, 라이프스타일 등에 맞춰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11년 출시돼 한때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건강 앱 부분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지금도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정 대표가 창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건 “위아래 따지고 스펙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싫어서”였다. 고교 시절 빌보드 차트를 달달 외울 만큼 팝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 진학 후 음반을 찾아 다니다 직접 해외에서 CD를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해 단기간에 큰 돈을 벌었다. 대기업에 들어간 선배들이 ‘취직하려면 스펙을 잘 쌓아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스펙이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세상에 길들여지지 말고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미국행을 결정했다. 준비가 많이 돼서가 아니라 경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였다. 디지털 음원이 음악 시장을 장악하면서 음반 사업 매출이 급감한 것도 이유가 됐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처음부터 일이 순조롭게 풀린 건 아니었다. 뮤지컬 제작에 손을 댔다가 빚만 졌다. 하지만 그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딪히면서 깨지고 배우고 다시 결정해서 진행하는 것이 제 성향입니다. 전 실패가 아니라 실수라고 생각했어요. 성공과 실패는 종잇장 차이지만 스스로 실패라고 규정하면 실패인 거고 아니라고 여기면 아닌 겁니다. 바른 생각을 하고 운동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니 긍정적인 제 성격이 다시 나오더군요. 그러다 페타코프를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눔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끈기를 갖고 부딪히며 배우는 정 대표의 성격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눔은 한국과 일본, 독일에 지사를 두고 있고 중국 진출도 계획 중이다. 지난해 1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업 가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목표는 “좋은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사업하며 배운 건 좋은 기업가들일수록 사회에 기여를 한다는 것”이라며 “일단을 실력을 쌓고 내가 하는 사업을 통해 사회에 좋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